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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M일까, PO일까 — 역할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나는 PM일까, PO일까 — 역할 정체성에 대한 고민

헷갈리는 직함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이 생긴다. 나는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일까?

Project Manager, Product Manager, 서비스 기획자. 채용 공고마다 다르게 쓰여 있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비슷한 말처럼 보였는데, 막상 일을 하면서 보니 분명히 다른 무게중심을 가진 역할이었다.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먼저 각 역할의 공식적인 개념 차이를 정리해봤다.

구분Project ManagerProduct Manager서비스 기획자
핵심 질문“어떻게 제때, 예산 안에 완료할까?”“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어떻게 만들까?”
주요 관심사일정, 리소스, 리스크고객 문제, 비즈니스 임팩트UI/UX, 기능 흐름, 사용성
성공 기준기간 내 목표 달성제품이 시장/유저 문제를 해결사용자가 불편 없이 쓸 수 있음
아웃풋프로젝트 계획, 상태 보고로드맵, PRD, 전략스토리보드, 기능 명세, 플로우
주로 협업하는 대상모든 이해관계자비즈니스, 개발, 디자인개발자, 디자이너
흔한 직군SI, 제조, 건설, 대형 IT스타트업, 플랫폼, SaaS국내 IT 기업, 커머스, 핀테크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 Project Manager: 정해진 목표를 제때, 제 예산에 달성하도록 흔들리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
  • Product Manager: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역할
  • 서비스 기획자: 만들기로 한 것을 어떻게 만들지 설계하는 역할

물론 실제 현장에서는 이 세 역할의 경계가 흐릿하게 겹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Product와 Project, 뭐가 더 큰 개념일까?

헷갈리는 지점 중 하나가 이거다. Project가 더 큰 개념처럼 느껴지지 않나?

사실 두 개념은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

  • Project는 시작과 끝이 있는 한시적인 활동이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종료된다.
  • Product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결과물이다.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래서 Project Manager는 “이번 출시를 잘 마무리하자”에 집중하고, Product Manager는 “이 제품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를 본다. 같은 팀 안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내가 속한 팀의 구조를 돌아봤다. 사내 업무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는 팀이고, 개발 팀장 아래에 기획자는 나 혼자다.

내가 실제로 하는 일들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 팀장이 제시한 방향에 맞게 제품 로드맵을 제안하고, 함께 합을 맞춰 팀의 개발 우선순위를 정한다
  •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사내 직원들을 만나며 프로젝트별로 무엇이 비효율적인지 파악한다
  • 발견한 문제를 어떻게 서비스에 녹일지 기획한다
  • 개발팀과 기술 제약사항을 논의하고, 디자이너와 일정 및 UI/UX 요소를 협의한다
  • 디자인이 완성되면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중간중간 방향 점검 미팅을 잡는다
  • 큰 스펙은 스프린트 단위로 쪼개어 단계별 계획을 세운다
  • 운영 방향이나 기획 방향성은 내가 제안한 대로 팀장이 신뢰하고 진행해주는 편이다

이걸 앞의 비교표에 비춰보면 Project Manager, Product Manager,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Product Owner의 역할과 가장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완전한 PO는 아니다

그런데 정확히 Product Owner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Product Owner의 핵심은 결정권이다. 무엇을 만들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PO에게 있어야 한다.

나는 팀장과 논의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방향성을 제안하고 설득하지만, 최종 결정은 팀장이 한다. 결정권의 위치가 다르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게 됐다.

Project Managing과 Product Managing을 함께 수행하는, 서브 Product Owner.

이 고민이 필요했던 이유

역할 정의가 왜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어차피 일은 똑같이 해야 하는데.

그런데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Project Manager로 성장하고 싶다면 리스크 관리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더 다듬어야 하고, Product Manager로 성장하고 싶다면 시장과 사용자를 보는 눈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다음 방향을 정하는 출발점이다. 오늘 하루 이 고민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